당 안팎의 전폭적 지지로 출범한 '김기현호'가 당직 인선에 나서면서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연대를 맺은 나경원 전 의원과 친윤(윤석열) 핵심 권성동·장제원이 맡게 될 역할에 관심이 모입니다. 김기현 지지율과 김기현 땅을 정리해봤습니다.
김기현 지지율
그는 정치를 시작한 후 당적을 바꾼 적이 없어 당내 기반이 탄탄한 것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윤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독대 만찬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김 대표에게 있다는 해석이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당시 김 대표는 초반 지지율 3%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속했습니다. 김 대표는 원내대표를 지내긴했지만 울산지역 의원으로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김 대표를 밀어주면서 지지율은 20% 중반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1월까지 '당심'은 인지도와 경험이 풍부한 나경원 전 의원에 있었습니다.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자, 그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 직을 유지한 채 당대표 출마를 두고 대통령실과 기싸움을 벌였습니다.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로 나 전 의원의 저출산 정책을 비판했고, 친윤계 의원들이 '반윤 우두머리가 되려는 것이냐'며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했습니다. 초선 의원 50여명까지 가세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는 취지의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수세에 몰린 나 전 의원은 지난 1월 말께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김 대표는 나 전 의원을 찾아가 '삼고초려' 한 끝에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약 2주 만에 '김나연대'를 선언했습니다.
두 사람은 "영원한 당원으로 함께 하겠다"며 당원 행사, 합동연설회 등에서 공개 행보를 벌였습니다. 이때 오히려 안철수 후보가 나 전 의원 지지층 일부를 흡수해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안 후보가 경선 캠페인에서 쓴 '윤안연대(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 연대)' 표현을 문제 삼으며 '전당대회에 대통령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취지로 공개 비판했습니다. 안 후보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김 후보는 반사이익을 얻고 40%대 지지율에 안착했습니다.
김기현 땅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선출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 민주주의의 사망 선고"라며 "국민의힘에서 이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어차피 국민의힘 대표는 처음부터 김 후보였다"며 "대통령실이 정한 시나리오대로 김 후보가 신임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대통령실의 지속적인 전당대회 개입으로 김 후보의 선출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바지 대표라는 한계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실은 나경원 후보를 주저앉히고, 안철수 후보에게는 조직폭력배들이나 할 법한 협박을 한 끝에 무릎 꿇렸다"며 "대통령실의 만행에 대통령의 뜻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으로 김 대표는 도덕적 흠결을 가지고 당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며 "어느 국민이 김기현 대표의 발언을 공정하다고 여기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당 신임 당 대표 선출을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대통령의 당무 개입과 부도덕한 땅 투기 의혹으로 얼룩진 김 대표에게 축하를 보내기는 어렵다"며 "윤 대통령님, 바라던 후보가 당 대표가 되니 이제 만족하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들을 쓰러뜨렸으니 속이 시원한가"라고 일갈했습니다.
안 수석대변인은 "오늘로 국민의힘의 정당민주주의는 완전히 사망했다"며 "여당을 장악한 제왕적 대통령만이 남아 대리 대표를 허수아비로 세운 채 군림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며 한탄스럽다"며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여당,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죽은 여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를 거수기로 세운 채 여당을 검찰 기득권당·친일 매국당으로 만들려는 대통령의 폭정을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민생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여당 혹은 대통령과 언제든지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와 별개로 정치 탄압에 대표되는 폭정에는 바로잡기 위한 투쟁도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현 당선
뉴스1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들의 등장과 퇴장이 전대 과정에서 주요 변곡점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당 중진이자 핵심적 역할을 한 이 3인방이 김기현 대표 체제뿐 아니라 앞으로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자연스레 주목받고 있습니다.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당초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며 가장 먼저 전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전 원내대표를 지내다가 당 내홍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를 대신해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또 중진으로서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SNS를 통해 대야(對野) 메시지를 내놓으며 맞섰고, 윤 대통령 관저에서 '핵심 4인방 부부동반 만찬'에도 참석하며 친윤계 핵심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같은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사실상 김기현 당시 당대표 후보와의 연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경쟁에서 밀렸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권 의원은 불출마로 자연스럽게 친윤세(勢)를 결집하는 캐스팅보트로서 주가를 올렸다는 평입니다.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경험한 바 있는 4선 권 의원이 맡을 주요 당직에는 차기 당대표와 국회의장·부의장 등이 남았지만, 이들 모두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권 의원과 마찬가지로 전대 출마를 포기하고 연대의 뜻을 밝힌 나 전 의원이 다음 당대표직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장·부의장직의 경우 자신이 삼고초려 끝에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앉힌 정진석 전 위원장이 부의장직을 포기하고 온 탓에 같은 후보로 나설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총선 결과에 따라 언제든 후보군이 뒤바뀔 수 있는 등 변수가 큽니다. 그럼에도 김기현 당시 후보가 권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오래전부터 서로 간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긴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고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등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 어떤 형태로든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같은 친윤계 핵심인 장 의원은 전대 초반 김기현 당시 후보가 3%대의 부진한 지지율을 보일 때 전면에 등장해 지지율을 10%대 중후반까지 끌어올리는 등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윤심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 김 후보를 '부산혁신포럼'에 초청해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공식화하자, 당 안팎의 친윤계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일순간 전대 흐름을 뒤바꿨습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자신의 공개 지지로 친윤 색채가 짙어짐에 따라 일각에서 사당화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아무런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습니다. 이와 무관하게 김 대표가 주요 당직에 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당분간 임명직을 제외한 다른 자리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다수입니다. 때문에 항간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원내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김기현 당시 후보도 장 의원을 "살신성인하며 백의종군하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높게 평가하며 기용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최근 김재원 최고위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원내대표직은 선출직이라 관계가 없다며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도 했습니다.
뉴스1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당초 전대과정에서 김 후보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친윤계의 압박을 받아 불출마를 선언하며 서로 갈등관계를 보이는 듯 했습니다. 친윤계가 정통 보수 지지층이 두터운 나 전 의원을 사실상 주저앉히자 오히려 김 후보가 타격을 받고 흔들리는 듯 했으나, 김 후보와 결국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를 띄워 '1강 체제'를 만들었단 평가입니다. 김 후보도 나 전 의원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빠르게 봉합에 들어갔습니다. 김 후보는 전대를 앞둔 지난 6일 마지막 당원협의회 방문 일정으로 나 전 의원 지역구인 동작을 당협에 방문했습니다.
김 후보는 나 전 의원을 향해 "내년은 말할 것도 없이 앞으로 우리당을 이끌어갈 가장 큰 지도자라 생각한다"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가 역할 맡아야될 상황에 있지만 나 대표님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가 지평을 열고 바닥 깔아드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나 전 의원의 경우 5선에 낙선해 현재 원외위원장 신분입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동작을에 현역 의원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다시금 경쟁자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공천을 받고 적수로 등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불출마로 양보하는 그림을 만든 만큼, 국회 입성 후엔 명분상으로도 다음 당대표에 나설 수 있을 거란 예측도 가능합니다.